"생명력을 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, '언플러그드 보이'에서는 '동시대성'이라는 방법을 써보았다. 지금 유행하는 것들을 요소미다 배치하는 것이었다. 주인공은 유행하는 패션을 입고, 유행하는 노래나 가수들이 가끔씩 튀어나온다.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시간, 익명의 어느 장소에서 이들이 살아있을 것 같은 그런 착각을 만들고 싶었다. 역량의 부족으로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판단한다. 하지만 나에게는 참으로 가치있는 시도였고 과정이었다. 물론 이러한 의도 자체의 한계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. 현실의 독자들과 동시대성을 가지고 생동감을 전해주는 것은 좋지만, 동시대성의 함정은 짧은 생명력에 있다는 것이다. 몇 년 후 이 만화는 유행이 지나가버린 상당히 촌스런 만화가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. 하지만, 연재되는 기간 만이라도 그런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. 몇 년 후, 혹은 몇 십년 후 바로 누군가가 타입탭슐을 열듯 이 만화를 읽게 된다면, 이 서문을 읽고 1997년 당시의 작가의 의도를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조심스럽게 적어 보았다."
- 천계영, <언플러그드 보이> 작가의 말
영민한 작가는 시간의 풍화작용을 짐작하고 있었고, 너무 늦게 태어난 독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야 지나간 시대의 살아있던 것들을 더듬더듬 어설프게나마 헤아려본다. 아름답고 속을 알 수 없는 또래 남자애가 사실은 천사인 게 아닐까 떠나가버리지는 않을까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마음이라든지, 슬플 땐 힙합을 춘다는 말들을 공감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. 마모되고 구부러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는 언제고 앞을 향해 있다. 천계영은 어떻게 1997년에도, 2022년에도 나보다 젊은 것인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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